20년 전에 쓴 블로그 글을 우연히 다시 열어본 적이 있습니다. 화면 속 그 글들은 온통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했고, 솔직히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퓨처셀프라는 책을 접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저는 미래를 보지 못한 채 현재의 부정적인 현실 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과거 일기가 보여준 것, 그리고 미래 시각화가 바꾸는 것
저도 처음엔 일기를 쓰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꺼내 읽은 20년 전의 글들은 반성문에 가까웠습니다. "왜 그랬을까", "다시는 이러면 안 된다"는 문장이 반복됐고, 정작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단 한 줄도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반성과 성찰이 성장을 이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현재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부정적인 상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반추(rumination)라고 부릅니다. 반추란 과거의 부정적인 사건이나 감정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빠져나오지 못하는 인지 패턴을 말합니다. 미래에 대한 방향 없이 과거만 반복해서 들여다보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퓨처셀프에서 말하는 핵심은 이 방향을 뒤집는 것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미래가 현재의 행동을 결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심리학에서 미래 자아 연속성(future self-continuity)이라고도 불립니다. 미래 자아 연속성이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지금 더 나은 선택을 한다는 이론입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미래 자아와의 연결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충동적인 소비를 줄이고 장기적인 목표 행동을 더 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Stanford Social Neuroscience Lab).
그렇다면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책에서는 미래 자아를 구체적으로 그릴 때 쓸 수 있는 다섯 가지 질문을 제안합니다.
-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 지난 90일 동안 가장 중요했던 성취는 무엇인가?
- 앞으로 90일 동안 가장 중요하게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1년 후 나는 어디에 있고 싶은가?
- 3년 후 나의 미래 자아는 누구인가?
제가 이 질문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40대의 제가 50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이 생각보다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목표 설정의 역설, 불가능한 목표가 더 쉬운 이유
일반적으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책의 논리는 정반대였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책에서는 10배 성장이 2배 성장보다 실제로는 더 쉽다고 말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 이건 그냥 동기부여용 과장 아닐까 싶었지만,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납득이 됐습니다. 목표가 2배 수준이면 지금 하는 일의 80%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금만 더 하면 됩니다. 하지만 목표가 10배라면 지금 하는 것의 80%를 버리고 진짜 중요한 20%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과 연결됩니다. 파레토 법칙이란 결과의 80%가 원인의 20%에서 비롯된다는 경험적 법칙으로, 진짜 성과는 소수의 핵심 행동에서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한때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 같은 책들이 유행했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에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 상상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설고 어렵기 때문에 실천이 안 됐던 것 같습니다. 퓨처셀프가 말하는 것도 결국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행위 자체가 현재의 행동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목표 설정과 관련해 조직심리학(organizational psychology) 분야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옵니다. 조직심리학이란 개인과 조직의 행동 및 성과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에드윈 로크의 목표 설정 이론(Goal Setting Theory)에 따르면, 도전적이고 구체적인 목표가 막연하거나 쉬운 목표보다 훨씬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반복 검증되어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제 경험상 이 부분은 직접 써봐야 느낌이 옵니다. 3년 후의 목표를 불가능하게 느껴질 만큼 크게 써보면, 지금 내가 시간을 쏟고 있는 것들 중 상당수가 그 목표와 전혀 관계없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인식 자체가 행동을 걸러내는 필터가 됩니다. 좋은 것을 포기해야 훌륭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이 이래서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20년 전의 저처럼 일기를 후회로만 채우고 있다면, 오늘부터 딱 한 줄만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앞으로 3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이 질문 하나가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불가능해 보여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