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를 보다가 "이 사람 대체 뭐지?"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굿파트너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야기의 흡입력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 대본을 쓴 사람이 현직 로펌 변호사라는 겁니다. 하나의 영역에서도 성공하기 어려운데 이 사람은 어떻게 서로 다른 영역에서 평균 이상의 성취를 거둘 수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런 작가의 경험담이 담긴 자기계발서인 마일리지 아워를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 다른 길을 찾아보려 애써보았지만 시간도 부족했고 심리적으로 빨리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바심에 일상마저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는 경험을 했기에 그녀의 시간활용 비법이 너무도 궁금했고 저도 그녀의 방법을 적용한다면 제 시간을 좀 더 알차게 활용하며 살아갈 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하루 한 시간의 시간 적립, 복리처럼 쌓이는 이유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개념은 '마일리지 아워'였습니다. 마일리지 아워란 하루 딱 한 시간을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확보하여 꾸준히 쌓아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조금씩 적립하면 언젠가 무시할 수 없는 크기가 된다는 발상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복리(Compound Interest)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복리란 원금에 이자가 붙고, 그 이자에 또 이자가 붙어 시간이 갈수록 증가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입니다. 책에서는 성장을 위한 시간을 이 복리처럼 쌓아가라고 권합니다. 처음엔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압도적인 성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시간을 세 영역으로 나눌 것을 제안합니다.
- 일과 생산 활동을 위한 시간
- 성장과 자기 투자를 위한 시간
- 회복과 휴식을 위한 시간
흥미로운 점은, 성장에 투자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회복을 위한 시간이 줄어든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번아웃(Burnout)과도 직결됩니다. 번아웃이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서적 소진 상태에 이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멈칫했습니다. 제가 지쳐 있었던 이유가 단순히 바빠서가 아니라, 지금의 삶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감각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국내 성인 직장인의 번아웃 경험 비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중 상당수가 직무 소진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으며, 그 원인 중 하나로 '자기 주도성 부재'가 꼽혔습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책이 말하는 마일리지 아워는 바로 그 자기 주도성을 회복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인드셋이 시간을 만든다, 워킹맘의 현실과 감사 훈련
저는 워킹맘으로 12년을 살았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처음 폈을 때 반은 기대, 반은 의심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원래 특별하니까 가능한 거겠지"라는 생각을 지워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표를 잘 짜는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 안에서부터 허락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자기 자신이 가장 큰 방해꾼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주변의 부정적인 말들을 내 것으로 흡수해서 스스로에게 반복하는 순간, 그게 진짜 장벽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내면화(Internalization)와 맞닿아 있는 개념입니다. 내면화란 외부에서 들어온 타인의 평가나 기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자기 인식의 일부로 삼는 과정을 말합니다. 남이 "늦었다"고 하면, 내가 나에게 "늦었다"고 되뇌기 시작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저도 이 덫에 걸렸던 적이 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려 할 때, "이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하냐"는 말을 들은 게 아니라 제 머릿속에서 제가 먼저 그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고는 시작을 미루고, 조바심을 내다가 일상도 제대로 못 살아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이 마인드셋을 바꾸는 방법 중 하나로 감사 훈련을 이야기합니다. 감사 훈련이란 일상의 작은 것에서 감사를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스트레스 반응을 줄이는 인지적 훈련법입니다. 억지로 긍정적인 척하는 게 아니라, 같은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는 연습입니다. 저자는 열심히 사는 배우자를 원망하다가 감사로 전환하면서 자신도 더 열심히 살게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감사 훈련의 효과는 심리학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을 정립한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 일기 작성이 우울감을 유의미하게 낮추고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긍정심리학센터). 이 책이 단순한 동기부여 서적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뼈아프게 공감한 대목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일도, 육아도, 자기계발도, 관계도. 그런데 사실 그 욕심이 오히려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제대로 인식했습니다.
마무리를 쓰기 전에 솔직히 한 가지는 짚고 싶습니다. 저자가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하루 한 시간을 꾸준히 지켜내는 것 자체가 이미 평범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비범한 꾸준함의 방법론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자기 방식으로 적용해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5년 후, 10년 후의 저를 상상했을 때, 지금 하루 한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가 그 모습을 결정한다는 것. 이 책은 그 단순하고도 무거운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줬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나 시간 관리 컨설팅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