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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_박치은(디깅의 방법론, N잡, 핵심역량)

by krrng26 2026. 4. 21.

 

디깅(digging)의 방법을 찾아다니다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걸이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깊이 파고든다는 개념은 알겠는데 제대로 파고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었습니다.

디깅의 방법론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영상에서도, 책에서도, 강의에서도 디깅이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하지만 방법은 늘 모호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디깅을 잘할 수 있나요?"라고 묻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 서가에서 '디깅'이라는 제목의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오! 어쩌면 여기서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디깅의 방법은 찾을 수 없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디깅력은 어떤 대상을 깊이 파고드는 탐구력, 계획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 목적한 것을 이루고자 하는 성취력을 양분삼아 강화되고 이는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힘입니다. 애초에 디깅을 잘 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더 잘 알고 싶고, 더 잘 하고 싶은 내적동기로 본능적으로 파고드는 행위를 겪어내는 사람만이 습득하게 되는 능력인 것입니다. 결국 제가 해야할 일은 디깅의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무엇을 디깅하고 싶은지, 즉 내적동기를 일으키는 디깅의 대상을 찾는 것이 먼저였던 것입니다.  

 

N잡(multi-job)이라는 단어도 이 책에서 다시 보게 됩니다. N잡이란 두 개 이상의 직업이나 수익 활동을 병행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요즘 SNS를 보면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광고가 넘쳐납니다. 스마트 스토어, 전자책, 유튜브 크리에이터, 온라인 강의 등 파이프라인(pipeline)을 다각화하면 된다고 합니다. 수익이 자동으로 흘러들어오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에 혹하여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쌓이는 건 돈이 아니라 빨리 결과를 내야한다는 조바심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였습니다. 다양한 수익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핵심 역량 없이 채널만 늘리는 건 쉽지도 않을 뿐더러 스트레스만 n배로 늘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작가는 현장 기술자가 잡부보다 훨씬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버는 이유는 전문성에 있다고 했습니다. 역량은 일의 고됨으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상품화할 수 있는 전문성(expertise)으로 평가받습니다. 전문성이란 시장이 돈을 내고 살 만한 수준의 기술과 지식이 축적된 상태를 말합니다.

 

국내 취업자 통계를 보면 부업을 병행하는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통계청). 숫자만 보면 N잡은 확실히 시대의 흐름입니다. 하지만 숫자가 늘었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방향 없이 벌인 N잡은 오히려 본업 집중도만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디깅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부 자극이 아닌 내적 동기에서 비롯된 관심 대상
  • 성과가 나지 않아도 계속 파고드는 지속력
  • 시도와 개선을 반복하는 실행 루프(Do → Action → Do → Action)

N잡보다 먼저 찾아야 할 것

제가 이 책에서 가장 뜨끔했던 대목은 "문제집을 제대로 읽기도 전에 해답지부터 펼치던 버릇"이라는 문장이었습니다. 방법을 찾아다닌 제 모습이 그대로 묘사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디깅의 방법을 찾으러 다닌 저는 정작 무엇을 디깅하고 싶은지는 깊이 고민해본적이 있는가 자문해 보았습니다.

 

또한 작가는 디깅과 유사한 개념인 집약적 반복(intensive repetition)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집약적 반복이란 짧은 시간 안에 같은 작업을 최대한 많이 반복하여 경험치를 압축적으로 쌓는 방식입니다. 한 달에 한 번 타일을 붙이는 사람과 한 달에 열다섯 번 붙이는 사람은 1년이 지나면 138번이라는 경험 차이가 생깁니다. 이 수치가 만들어내는 숙련도의 격차는 단순한 계산 이상입니다. 반나절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을 상대방은 한 달 걸려야 마무리하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즉, 전문성은 경험을 축적하고 기술을 숙련하는 지난한 과정 위에 쌓이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지루한 반복을 지속해야만 그 익숙함을 변주하는 경지에 이른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직업 전환 후 소득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집단의 공통점 중 하나는 전환 전 특정 분야에서 일정 기간 이상 전문성을 쌓은 경험이 있다는 점입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넓게 퍼지기 전에 깊이 파는 것이 결국 더 멀리 퍼지는 데 유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핵심 역량(core competency)이라는 말도 이 맥락에서 다시 정의됩니다. 핵심 역량이란 시장에서 독자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개인의 고유한 능력 묶음을 가리킵니다. 작가의 말처럼 이걸 찾지 못하면 N잡은 그냥 N개의 피로일 뿐입니다. 반대로 핵심 역량 하나가 명확해지면 그것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수익 채널이 연결됩니다. '점과 점을 잇는 연결 감각'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스티브잡스가 말한 'conneting the dots'의 개념도 보다 명확히 이해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내 경험들은 왜 선으로 이어지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나의 핵심역량을 명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구나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결국 이 책이 저에게 남긴 질문은 딱 하나였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디깅하고 싶습니까?" 방법을 찾기 전에 대상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것, 그게 이 책이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건네는 메시지였습니다. N잡을 고민 중이라면 채널을 늘리기 전에 지금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깊이 팔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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